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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747 - 1년에 별 한개씩 먹는 블랙홀



(Credit: 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


 은하 중심에는 대부분 거대한 질량을 지닌 블랙홀이 존재합니다.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은 앞서 소개드린 것과 같이 단순히 저 멀리 떨어진 블랙홀이 아니라 은하 전체의 진화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입니다. 은하의 물질 분포와 가스의 온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멀리 떨어진 별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가까이 있는 별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블랙홀에 가까운 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바로 블랙홀로 흡수되는 것인데,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 관측을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겠죠. 


 흥미로운 사실은 블랙홀 가운데 매우 빠른 속도로 별을 잡아먹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연간 1회 정도 별을 잡아먹는 블랙홀도 있는데, 이는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별을 잡아먹으면 수백만년 후에는 가까운 위치에 별이 남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이런 은하가 관측된다는 것은 여기에 어떤 메카니즘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콜로라도 대학의 연구팀은 그 기전을 설명할 가설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은하간 충돌후 기간 (post-galactic merger period)에 은하 중심 블랙홀로 많은 별이 빨려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가스가 풍부한 은하끼리의 충돌 후 별과 가스의 밀도가 올라가면서 은하 중심부에는 새로운 성단(star cluster)가 형성됩니다. 이 성단은 매우 길쭉한 타원궤도를 돌면서 블랙홀에 가까운 궤도를 돌게 되는데,워낙 많은 천체가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하다보니 궤도가 불안정해져 블랙홀 안쪽으로 쉽게 진입하게 됩니다. 마치 태양 쪽으로 이끌리는 혜성처럼 별이 블랙홀 주변으로 근접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일부 혜성이 태양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별 역시 상당수가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은 과거 우리 은하에서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충돌하면 다시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어쩌면 먼 미래의 태양계가 은하 중심부로 끌려들어갈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30억 년 이후에 생길 일이라 우리가 걱정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참고 


More information: Ann-Marie Madigan et al, Dynamical Properties of Eccentric Nuclear Disks: Stability, Longevity, and Implications for Tidal Disruption Rates in Post-merger Galaxies,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8). DOI: 10.3847/1538-4357/aaa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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