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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개구리는 왜 자신의 독에 중독되지 않을까?


(The phantasmal poison frog, Epipedobates anthonyi, is the original source of epibatidine, discovered by John Daly in 1974. In fact, epibatidine is named for frogs of this genus. Epibatidine has not been found in any animal outside of Ecuador, and its ultimate source, proposed to be an arthropod, remains unknown. This frog was captured at a banana plantation in the Azuay province in southern Ecuador in August 2017. Credit: Rebecca Tarvin/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독을 만드는 것은 자연계에서 흔한 생존 전략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독을 만드는 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갈 뿐 아니라 천적 역시 독에 대한 내성을 키울 수 있고 스스로가 독에 중독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생물이 독을 만들지 않는 이유일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독개구리들이 어떻게 자신은 독에 중독되지 않는지를 궁금하게 생각했습니다. 여러 종의 개구리가 독립적으로 다양한 독을 개발했는데, 그 가운데 Epipedobates anthonyi이라는 개구리가 생산하는 에피바티딘 (epibatidine)이 있습니다. 이 속에 속하는 개구리가 생산하는 독으로 신경을 마비시키는 신경독입니다.


 텍사스대학의 연구팀은 이 개구리가 생산하는 신경독에 스스로가 중독되지 않는 이유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비결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해독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신경 수용체(receptor)의 구조 변화에 있었습니다. 대략 250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이 수용체에 불과 3개의 아미노산 변화가 발생해 신경독과 수용체가 서로 달라붙지 않게 된 것입니다. 


 신경 수용체는 마치 초인종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으로는 손님이 올 때마다 이 초인종을 눌러야 하지만, 신경독은 여기에 완전히 달라붙어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는 장난꾸러기 아이와 같습니다. 결국 계속해서 신호가 멈추지 않거나 혹은 반대로 신호가 중단되어 신경이 마비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예 달라붙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죠.


 연구팀이 이 기전에 주목하는 이유가 에피바티딘이 약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물질은 중독성이 없는 진통제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독성 물질은 여러 부작용이 있어 사람에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개발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연구팀은 개구리가 독성 물질을 회피하는 능력을 모방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다른 독성 물질 역시 같은 방식으로 안전한 약물로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 역시 다양한 생물종을 보존하는 것이 생물 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개구리지만,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걸릴 질병의 해답이 여기에 숨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개구리와 다른 동식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참고 


R.D. Tarvin el al., "Interacting amino acid replacements allow poison frogs to evolve epibatidine resistance," Science (2017). science.sciencemag.org/cgi/doi … 1126/science.aan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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