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인류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


 박테리아처럼 세대가 짧은 생물의 경우 불과 수일만에도 항생제 내성을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처럼 세대가 긴 생물의 경우 의미있는 진화를 목격하는 데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인류의 진화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화를 외형적인 변화 위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진화라고 하면 직립보행을 하거나 팔 다리가 바뀌는 등 상당히 큰 변화를 생각하지만, 실제 진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질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가 대표적입니다. 


 외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면역력에 관련된 유전자나 만성 질환에 관련된 유전자는 죽고 사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성이 있어 강력한 진화압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당 분해능력처럼 음식을 먹는 능력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콜롬비아 대학의 조셉 픽크렐(Joseph Pickrell, an evolutionary geneticist at Columbia and New York Genome Center)이 이끄는 연구팀은 15만명의 영국인과 6만명의 유럽계 미국인의 유전자를 조사해 이와 같은 진화가 현재 인구집단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20세기 이후 환경 변화에 맞춰 심장질환, 고콜레스테롤, 비만, 천식 등에 관련된 유전자가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20세기 전까지 인류의 주된 사망 원인은 결핵 같은 감염성 질환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했던 것은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감염성 질환이 크게 감소하면서 수명이 길어진 것만이 아니라 사망 원인도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당뇨 등으로 크게 변했습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병에 영향을 주는 ApoE4 같은 유전자나 흡연과 관련된 CHRNA3 유전자의 변이가 현재도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며 이에 따라 자손에게 전달되는 비율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의술이 발전하면서 조기에 사망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망률의 차이는 후손을 얼마나 많이 남기는지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21세기에 오면서 사망률 자체가 크게 줄어 매우 치명적인 유전질환이 아닌 다음에는 이제 더 이상 선택압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률 자체가 크게 낮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과거처럼 강력한 선택압이 작용한다고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다만 점점 더 의술이 발달해 만성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후손을 남기는 데 거의 영향이 없게 되면 인류의 진화 역시 거의 멈출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인류가 지구 역사상 유래없는 생명체라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참고 


 Explore further: Ongoing natural selection against damaging genetic mutations in humans
More information: PLOS Biology (2017). DOI: 10.1371/journal.pbio.200245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