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98 - 카시니에 의해 밝혀지는 타이탄의 본 모습 (2)







 - 타이탄의 지표와 기후 


 앞서 이야기한 타이탄의 복잡한 대기와 다양한 기후는 타이탄 역시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다양한 지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타이탄 지표에 착륙한 호이겐스가 보내올 영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으나 아쉽게도 호이겐스가 보내온 화면은 지표에 돌과 자갈 처럼 보이는 (실제로는 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으로 보임) 황량한 표면이었습니다. 




(호이겐스가 보네온 지표 영상을 선명하게 이미지 처리한 것. 실제로는 지표 부근도 뿌옇게 보이는 상태  NASA.  public domain )


 착륙 지점에는 약 18 km 두께의 메탄 구름이 존재해서 선면한 영상을 얻기는 힘들었습니다.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표면에서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메탄 (CH4,  녹는 점 - 182 ℃, 끓는 점 - 160 ~ - 164   ) 에탄 (C2H6,  녹는점 - 183.6 ℃, 끓는 점 -89  ), 프로판 (C3H8, 녹는점 - 188 ℃, 끓는 점 - 42 ℃ ) 등의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강과 호수를 볼 수 있도록 호이겐스를 액체 표면에도 착륙할 수 있는 특수 구조로 제작했으나 그냥 단단하고 황량한 얼음 황무지에 착륙한 셈입니다. 


 하지만 호이겐스는 착륙하는 과정에서 타이탄에 실제 강과 호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호이겐스가 고도 16.2 km 에서 찍은 사진에는 강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지형이 발견되었습니다. 



(호이겐스가 착륙 중에 고도16.2 km 지점에서 찍은 사진    NASA/ESA   public domain   )

 호이겐스가 착륙한 것은 2004 년 12월 25일이었는데 이후에도 카시니는 타이탄에 여러 차례 근접해 다양한 관측 기기로 타이탄의 대기와 표면을 조사했습니다. 특히 카시니에는 지구보다 두터운 타이탄의 대기를 뚫고 지표를 관측할 수 있는 합성 개구 레이더 (Synthetic Aperture Radar  SAR) 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반사된 레이더를 분석하면 이것이 액체에서 반사된 것인지 울퉁불퉁한 표면에서 반사된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타이탄에는 큰 바다보다는 무수히 많은 호수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합성 개구 레이더가 관측한 타이탄의 북극지역의 가상 칼라 이미지. 파란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호수로 생각되는 지형.   NASA  /  public domain) 


위의 이미지에서 처럼 타이탄에는 주로 액체 상태의 메탄과 에탄이 주성분이 되는 호수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것들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하는 것들은 바다라는 의미의 Mare (maria) 라고 부르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지구의 카스피해 만한 면적을 가진 호수인 크라켄 마레 (Kraken Mare) 로 현재까지 관측된 것 가운데 가장 큰 호수입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왼쪽) 


 그리고 그 다음으로 큰 호수는 리지아 마레 (Ligeia Mare) 로 위의 사진에서 전체 모습이 다 보이는 오른쪽의 호수입니다. 각각 크라켄 해와 리지아 해로 부를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푼가 마레 (Punga Mare) 가 있는데 위의 사진에서 한 가운데 있는 가장 작은 호수입니다. 이것들 보다 작은 호수들은 호수라는 의미의 lacus 로 부르고 있습니다. 


 북극을 중심으로 존재하는 3개의 마레들의 크기는 크라켄 마레가 지름 1170 km 정도로 가장 크고 면적도 카스피해 (약 37 만 ㎢ ) 수준으로 큽니다. 두번째 큰 리지아 마레는 지름 500 km 정도이고 대략 10 만 수준의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대호 가운데 하나인 슈피리어호보다 조금 큰 수준으로 보입니다. 타이탄의 표면적을 감안하면 지구에서는 흑해가 비슷한 비중을 가진 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푼가 마레는 380 km 정도 지름입니다.  






(오대호 가운데 하나인 슈피리어 호 (lake superior )와 리지아 마레의 크기 비교. 타이탄에는 대양보다는 거대한 호수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됨.   NASA/  public domain) 



 (합성 개구 레이더는 타이탄의 크라켄 마레와 리지아 마레 해안에서 잘 발달된 강과 지류 처럼 보이는 것들을 발견했음. 이것은 어느 정도 미리 예측되었던 것이지만 지구 이외의 천체에서 처음으로 액체가 실제 흐르고 있는 강을 발견한 것이기도 합니다. NASA/  public domain  ) 


 이 정도만 해도 놀라운 발견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놀라운 발견들이 더 존재합니다. 타이탄은 토성을 따라 태양 주위를 29.4571 년 마다 하다 한번 공전하게 되는데 태양에서 토성까지 거리가 변함에 따라 태양에너지의 양도 따라 변하게 됩니다. (참고로 토성의 원일점은 15억 1325만 km 이고 근일점은 13억 5357 만 km 입니다. 근일점과 원일점에서 거리 차이는 태양 - 지구 공전 궤도 보다 큽니다.) 따라서 타이탄의 기온도 이에 따라 변화가 생깁니다. 하지만 이 거리의 차이보다 더 크게 타이탄의 기후에 영향을 주는 인자가 있습니다. 


 타이탄은 토성의 크기와 토성과의 거리를 생각해을 때 토성에 아주 근접해서 돌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구의 달 처럼 타이탄의 자전 및 공전 주기는 동기화 되어 있고 타이탄의 한쪽 면만 계속 토성을 따라 돌고 있습니다. 또 공전 궤도나 자전축 모두 거의 원과 수직입니다. 그러나 토성 자체는 지구와 거의 비슷한 정도인 26 도 정도로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실상 타이탄의 공전 궤도가 태양 광선 방향에서 거의 그 정도 수준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타이탄에서는 대략 토성의 공전 주기와 비슷한 29.5 년 마다 계절의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토성과 그 위성들. 토성 근방에 타이탄의 경우 토성을 중심으로 보면 적도에서 거의 수평인 궤도를 돌고 있지만 토성 차제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 태양을 중심으로 보면 기울어진 공전궤도 돌고 있음. 사진은 보이저 1 호가 찍은 토성과 그 위성들.   NASA   public domain    )


 과학자들은 현재 타이탄의 북반구는 겨울이고 남반구는 여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기온이 내려가면 증발하는 것보다 더 많은 메탄과 에탄등이 응결되어 비나 눈이 되어 내리고 액체 상태의 큰 호수와 바다를 형성하는 반면 기온이 올라가면 반대로 증발하는 양이 많아져 호수와 바다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겨울과 여름의 주기는 지구처럼 남북이 반대이며 대략 15년 정도 계절이 지속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보다 상세한 관측이 필요합니다.  


 앞서 타이탄 지표의 평균 기온이 - 179 ℃ 라고 이야기 하긴 했지만 이것이 모든 지역에서 기온이 그 정도라는 의미는 물론 아닙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도 14 ℃ 정도지만 계절, 위도와 지역에 따라 그 차이가 큰데, 타이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며 현재는 북반구가 겨울이라 북반구에 거대한 호수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죠. 


 타이탄에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해들리 순환도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지구와는 달리 하나의 거대한 해들리 세포 (Hadley Cell) 가 대기의 흐름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탄 및 에탄 등으로 구성된 구름도 순환하면서 눈과 비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극지방에서는 거대한 호수가 형성될 만큼 주기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이 부분은 좀더 장기적인 관측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한번 계절의 순환 사이클이 30 년 가까이 되기 때문이죠.


 현재까지 발견된 호수들은 특히 북극에 집중적으로 존재하며 중위도 이하 - 이른바 온대 및 열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역 - 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마도 타이탄의 중위도 및 저위도 지역의 기온이 따뜻해서 탄화수소의 비가 내려도 곧 다시 증발하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지역에는 강유량 (강수량이라고 해야 할 지 아니면 기름 유자를 써서 강유량이라고 해야 할 지 다소 애매한 부분) 이 적은 사막이 펼쳐져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남극에도 호수가 북극보다 작지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과학자들은 아마도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린 후 호수를 형성하거나 기존의 호수를 더 크게 만드는 기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가 그 모습을 남극에서 관측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시니가 찍은 2004 년과 2005 년 사이 남극의 온타리오 호수와 주변의 구름. 과학자들은 이 구름에서 메탄/에탄/프로판등으로 구성된 비가 내려 새로운 호수를 형성하고 온타리오 호수 (대략 길이 235 km 정도 길쭉한 호수 ) 에 액체를 추가로 공급한 것으로 보고 있음. 온타리오 호수는 타이탄에서는 남극에 존재하는 유일한 거대 호수임.   http://en.wikipedia.org/wiki/File:Titan_S._polar_lake_changes_2004-5.jpg )  


 안타까운 일이지만 카시니는 토성 주변을 공전하며 타이탄에 주기적으로 근접하기 때문에 상세한 기상 현상과 호수와 바다의 변화 등을 관측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래에 타이탄의 주변 궤도를 돌면서 합성 개구 레이더 및 가시/적외선 영역 관측을 하는 탐사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타이탄의 지형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것도 계획 중에 있는데 나중에 설명해 보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