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태양계 연재 포스트 중에서 달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중이니 이를 마친 후 할 이야기지만 기왕 생각난 김에 한가지 쓰고 싶은 포스트가 있다. 그것은 지구의 위성은 정말 하나일까?
이게 무슨 괴상한 이야기냐고 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 사실 지구 중력에 잡혀 있는 천체는 하나가 아니다. 작은 소행성과 먼지들도 지구 중력에 잡혀서 지구 - 태양의 중력 간섭에 의해 라그랑주 점 주변을 돌거나 혹은 이와는 관계없이 지구와 중력에 의해 특이한 궤도를 돌기 때문이다.
이중에서 L4 / L5 지점은 일종의 점이라기 보다는 지역에 가까운 지점으로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 콩팥 모양이라고 하기도 한다 - 태양계의 작은 운석과 먼지들이 모여 일종의 구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 구름은 Kordylewski 구름이라고 하며, 1950년대에 발견되었다. 앞서 포스트에서 설명했듯이 이 두 지점으로 STEREO 탐사선을 보네 이 지역을 더 자세히 탐사할 계획이다.
(지구와 태양 중력의 간섭을 받는 라그랑주 점을 표시한 것. L4,5 는 점이라기 보다는 지역에 가깝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지구의 약한 중력 때문인지, 목성의 L4,5 지점 - 트로이 소행성군이 있다 - 과는 달리 지구의 L4,5 지점에는 그럴듯한 큰 천체는 없는 셈이다. 과거 테이아라는 가상의 행성이 존재했다는 가설이 있지만 결국 지구에 충돌하고 말았으니 현재는 먼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따라서 이 먼지들이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고 지구의 동반 소위성이라고 부르기는 큰 무리가 있는 셈이다. 일단 지구의 중력의 영향만 받는게 아니라 지구 - 태양 중력의 간섭을 받기 때문에도 그렇다.
적어도 지구 중력을 받는 천체 중에 지구를 중심으로 매끄럽게 원궤도를 도는 것은 인간이 쏘아올린 것들을 빼고는 달 빼고는 특별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매일 밤하늘을 처다봅으로써 확인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꼭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는 동반 천체가 지구 주변의 원궤도를 돌아야할 강제성은 없다. 그건 무슨 이야기 인가 ? 여기서 다시 모성과 동반성의 운동을 이야기 하는 그림을 생각해보자.
(이 그림은 다소 과장된 것이지만 지구 - 태양 같이 질량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이렇게 + 로 표시된 질량 중심이 큰 천체의 중심에 가까이 있다. 다만 큰 천체도 조금은 움직인다. 따라서 이런 움직임을 포착해서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것이다. 이 그림은 저작자 Zhatt에 의해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된 그림입니다. )
(달과 지구의 경우 : +로 표시된 질량 중심으로 지구와 달 모두가 돌고 있다. 따라서 행성 위성계가 아니라 쌍성계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달이 지구 주위를 돌고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저작자 Zhatt에 의해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된 그림입니다. )
(명왕성 - 카론계의 경우 아예 질량 중심이 천체들의 밖에 있다. 이 경우는 거의 쌍성계에 가깝다. 이 그림은 저작자 Zhatt에 의해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된 그림입니다. )
여기까지는 앞의 포스트에서 본 그림이다. 첫번째와 두번째가 일반적인 행성 - 위성의 관계이다. 하지만 모성과 동반성의 관계는 몇가지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주로 항성 - 항성 으로 이루어진 쌍성계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이다. 이렇게 1:1로 서로 공전할 수도 있다. 지구와 크루이냐는 이것과는 다르지만 1:1 공전을 하고 있다. 이 그림은 저작자 Zhatt에 의해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된 그림입니다. )
그런데 흥미롭게도 1986년에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그레이미 와딩턴이 우연히 지구의 2번째 위성이라고 부를 만한 소행성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소행성 3753 크루이냐 (Cruithne) 가 그것이다. 이 소행성은 지름 5km 정도 되는 소행성으로 처음에는 큰 특징 없는 소행성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이 소행성의 궤도가 매우 특이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97년에 이르러 그 궤도를 완성하고 나자 깜짝 놀랄만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소행성은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지구와 궤도 공조 (Orbit Resonance)가 되어 지구와 1:1 공전을 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지구의 동반 소행성인 셈이었다. 그리고 그 크기 차이로 봐서 지구의 위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크루이냐의 모습 :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Sonia Keys)
(태양을 중심으로 본 지구와 크루이냐의 공전 궤도,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Jecowa )
(지구를 중심으로 본 크루이냐의 공전궤도 - 지구를 중심으로 보면 마치 말발굽 같은 궤도를 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크루이냐 역시 태양 중심 궤도를 돌면서 지구와 1:1 중력 공조를 한다는 것이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Jecowa )
이 소행성은 달 지름의 695분의 1에 불과하며 지구에서 가장 가까워질 때도 달과의 평균 거리에 30배이다. 지구에서 가장 멀어질 때는 2억 2600만km 이며, 가장 가까워질 때는 7245만 km 거리이다. 공전 주기는 지구와 거의 비슷한 360일이다. 질량은 1300억톤이나 된다.
그러나 이 작은 소행성의 궤도는 사실 일정하지 않다. 매년 조금씩 궤도가 변하고 있으며 380 - 390년을 주기로 멀어졌다 가까워 졌다를 반복한다. 이 소행성이 지구에 가까워 졌을 때 지구 중력과의 상호 작용으로 그 궤도가 50만 km 이상 변하게 된다. (반면에 지구 궤도도 1.3cm 정도 변한다) 이런 작용들을 통해 이 소행성의 궤도는 다소 불안정하다.
그리고 이 괴상한 공전 궤도 때문에 이 소행성은 화성과도 가까워 질 수 있다. 2058년 이 소행성은 화성에서 1360만 km 떨어진 지점까지 가까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크루이냐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했으니 이제 결론을 말할 때가 되었다. 이 소행성은 지구의 제 2 위성인가?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솔직히 필자도 그랬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이 소행성의 궤도는 극히 불안정해서 재수 없으면 지구로 떨어지던가 아니면 현재 궤도를 완전히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전자 보다는 후자의 가능서이 높다) 사실 이런 소행성은 지구 중력권에 포획된지도 얼마 안되었을 것이고 (천문학적인 시간에서) 얼마 안있으면 현재 궤도에서 벗어날 것이다. 한마디로 우연히 지구 중력에 영향을 받아 1:1 궤도 공조를 하는 소행성이다.
따라서 이 소행성은 지구의 위성 으로 볼 수 없으며, 준위성 (Quasi-satellite)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이후에도 크루이냐와 비슷한 궤도를 도는 작은 소행성들이 몇개 더 발견되었으나 이역시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죄송하지만 지구에 위성이 하나 더 있는 줄 알고 클릭하신 분들은 필자에게 낚인 것이다. (정말 죄송^^)
아무튼 지구에도 위성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달이라는 워낙 큰 녀석이 있어 아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시 지구에 작은 위성이 더 있었는데, 달과 지구의 중력 간섭으로 지구나 달로 떨어지거나 소실된 건 아닐까? 음 이건 그냥 필자의 상상일 뿐이다. 그러면 다음에는 달에 대한 포스트로 돌아가겠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출처 : Wiki/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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