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우주로 진출을 시작한지 현재 반세기가 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주 개발은 아주 더디기만 한 상태이다. 아마 1969년에 달에 인류를 착륙시킨 이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다시 인류가 달에 가지 못했다는 것은 60-70 년대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정말 의외로 다가올 것이다. 그 근본적 이유는 값비싼 1회용 화학 로켓 때문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성과는 미미한게 사실이다.
1950년대부터 많은 연구자들이 기존의 화학 로켓의 한계를 극복할 생각으로 연구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원자력 로켓이었다. 1950년대와 60 년대에 이루어진 많은 선구적 연구로 인해 원자력은 발전기는 물론이고 선박, 항공기, 우주선, 심지어는 자동차에까지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물론 이후 방사능 문제 및 반핵 분위기로 인해 현재는 전력 생산 부분에 있어서도 특정 국가에서는 원자력이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결론적으로 운송 기관용으로 개발한 것 가운데는 사실 선박 (핵추진 항모와 원자력 잠수함) 외에는 별로 상용화 된게 없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1950년대 부터 원자력 추진 로켓에 대해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여기에도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그 중에 몇가지를 소개해 볼까 한다.
1. Nuclear Thermal Rocket
Nuclear Thermal Rocket (핵 열반응 로켓) 은 이름 그대로 핵분열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로켓을 말한다. 이 원리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원자력 발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제어된 핵분열 반응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이용해서 전기 대신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때 주로 사용하는 추진체는 액체 수소이다. 액체 수소는 저온 고압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다가 원자로의 높은 열에 의해서 순식간에 기체로 변환되며 이 때 부피가 엄청나게 팽창되면서 노즐로 분사되어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서 로켓에 추진력을 제공한다.
(핵 - 열반응 로켓의 개념도. 액화 수소가 핵 반응로에 들어가면 열에너지에 의해 기체로 변하고 이때 부피가 크게 증가되면서 노즐을 통해 분출된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Original uploader was CommiM at en.wikipedia)
이 방식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주 간단한 방법이므로 초창기 핵추진 로켓에서 중점적으로 연구되었다. 사실 핵연료가 가진 에너지의 밀도 (Energe density) 는 화학 연료에 비한다면 1000만배에 달하므로 기존의 화학 로켓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유용한 대안으로 생각되었다. 다만 이런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핵추진 로켓의 경우 결국 원자로 외에도 액체 수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액체 수소가 떨어지면 추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 엔진의 이론적 성능은 화학 엔진의 두배 정도다.
핵 열반응 로켓은 원자로 코어 (Core) 의 방식에 따라
고체 코어 (Solid Core)
액체 코어 (Liquid Core)
가스 코어 (Gas Core)
로 나눌 수 있으며 대개 실험된 것은 고체 코어이다.
대표적인 핵 열반응 로켓 개발 계획에 대해서 잠시 소개해 본다.
1) Project Rover (프로젝트 로버)
1955 년 미국의 AEC (Atomic Energe Commission) 은 원자력 추진 로켓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원자력이 개발된지 얼마 안되던 시기로 다양한 형태의 원자력 추진 기관들이 연구되던 시절이었다. 원자력 추진 로켓 역시 그중 하나였다. 이 연구 프로젝는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의 AREA 25 / Nervada Test Site 에서 진행되었다.
(KIWI A prime 원자로. 1960년에 찍은 사진이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당시 연구자들은 네가지의 기본적인 형태의 원자력 로켓을 고안해 냈는데 KIWI, Phoebus, Pewee, Nuclear Furnace 가 그것이었다. 대략 20기 정도의 로켓이 실험되었다고 한다. 1958년 나사가 창설 되면서 Rover 계획 중 비핵 부분은 나사로 이전되었으며 나사와 AEC 는 협동 연구를 위해 Space Nuclear Propulsion office (SNPO) 를 창설했다. 프로젝트 로버에서 개발 되던 실험적인 로켓은 다음과 같다.
- 키위 (KIWI) : 이 실험용 로켓은 날지 못하는 새 키위에서 이름을 따왔다. 프로젝트 로버의 1단계 실험이었으며 지상에서 원자력 로켓의 가능성을 테스트 한 실험이었다. 여기서 원자력 로켓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이 되어 다음 단계로 진행하게 된다. 실험은 1959 년에서 1964 년 사이 진행되었다.
- Phoebus (Phase Two of Project Rover) : 1965 년에 시행된 2단계 시험이었다. 지상 테스트는 성공적이었지만 결국 더 진행하지는 못했다.
- PeWee (Phase Three of Project Rover) : 3단계 계획으로 작은 소형 원자력 로켓을 행성간 미션에서 시험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실행에 옮겨지진 못했다.
이 연구들에서 가장 먼저 실험된 것은 키위였다. 1959 년의 KIWI 1 테스트는 지상에서 원자로에 액체 수소를 흘려 보내는 실험이었다. (모든 실험은 실제 비행하는 로켓이 아닌 지상 실험이었다. 날지 못하는새 키위의 명칭은 그래서 붙은 것이다) 이 실험에서 70 MW 의 에너지와 최대 2683K 의 온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래 동영상은 프로젝트 로버 및 네르바에서 사용된 핵 반응로의 실제 모습이다. 반응로에 여러개의 파이프가 있고 이 파이프로 액체 수소가 지나가면서 열에너지에 의해 팽창된다)
이후 완전한 연료 시스템을 갖추어 좀더 엔진 형태에 가까워진 KIWI B 에서는 핵연료로 산화 우라늄 (UO2) 가 사용되었으며 나중에 우라늄 카바이드 (Uranium Carbide) 로 변경되었다. 키위 실험에서 자신감을 얻은 프로젝트 연구팀은 다음 단계인 Phoebus 연구를 진행시켰다. 이 연구는 더 대형의 반응로를 이용한 강력한 로켓 엔진이었으나 실제 비행용 로켓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키위와 비슷했다.
다만 여기에 사용된 원자로는 정말 대형 원자로였다. 1965년에 테스트 된 A1 엔진의 경우 10분간 1090 MW 의 출력을 냈고 , 1967 년에 테스트 된 B 의 경우 15분간 1500 MW 의 출력을 냈다. 마지막으로 1968년 테스트 된 2A 엔진의 경우 12분간 4000 MW 라는 엄청난 출력을 달성하여 당대 최고 출력 원자로로 기록될 정도였다. 이 정도 원자로를 전력생산에 투입할 경우 인구 수백만의 도시 하나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 위험성도 주목되기 시작했다. 만약 사고로 로켓이 폭발할 경우 이것은 공중에서 핵발전소 하나가 폭발하는 것과 비슷한 위험성을 갖게 된다. 더구나 초기 실험에서 로켓 폭발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실제로는 1968년을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로버는 취소되기에 이른다.
(네르바 및 프로젝트 로버 계획의 실제 테스트 장소 및 테스트 동영상. 보안상의 이유와 더불어 핵실험의 안정성 문제로 사막 한가운데서 실험이 진행되었다)
2) 네르바 (NERVA)
1961 년 나사와 AEC 는 프로젝트 로버 중 일부 프로그램을 더 신속히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나사의 마셜 우주 비행 센터에서는 자신들의 우주 프로그램에 사용할 원자력 로켓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빠르면 1964년에 RIFT (Reacter in Flight Test) 을 통해 실제 원자력 로켓으로 비행 테스트를 하려 했으므로 이 계획은 특별히 프로젝트 로버보다 더 빨리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계획을 네르바 (NERVA : Nuclear Engine for Rocket Vehicle Application) 라고 부른다. SNPO 가 개발을 주관했고 웨스팅 하우스가 개발에 참여했다.
네르바는 본래 프로젝트 로버에서 제작 중인 KIWI B4 핵 추진 로켓을 베이스로 개발을 추진했다. 이 로켓은 825 초간 75000 파운드의 추력을 낼 수 있었다. 이 로켓을 기반으로 네르바에서 제작하던 엔진을 NERVA NRX (Nuclear Rocket Experimental) 이라 부른다.
NRX 의 개발은 로스 알라모스 과학 연구소 (Los Alamos Scientific Laboratory) 에서 대부분 이루어졌고 실제 테스트를 위해서 네바다 테스트 사이트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NRX 는 대표적인 열 핵반응 로켓으로 고체 코어 (Solid Core) 디자인으로 개발되었다.
(네르바 NRX A1 엔진의 개념도 - 1963년 5월 20일이라는 날짜 표시에서 미국의 우주 개발 프로그램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NASA)
(네르바 계획의 고체 코어 엔진의 개념도. 역시 반응로로 액체 수소를 흘려 보내 초고온 고압으로 분사하는 방식이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그러나 실제 엔진의 개발에는 역시 여러가지 난관이 있었고 NRX 엔진이 실제로 테스트 한 시점은 1966년이었다. 이 때 NRX 엔진은 약 2 시간 동안 성공적으로 작동했으며 28분간 최대 출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NRX 엔진 이후 개발된 NERVA XE 엔진은 완전한 비행 시스템에 가깝게 계획되었지만 실제 수소 연료 탱크와 반응로가 합쳐진 로켓 형태로는 개발되지 못했고 (위의 동영상을 참조하면 알겠지만) 부분별로만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본래 네르바 계획은 1978년 화성 탐사 계획과 연관이 있었다. 나사의 계획은 아폴로 우주선에 사용된 새턴 로켓을 1단으로 사용한 2단 네르바 로켓 (1단 화학 로켓, 2단 원자력 로켓) 으로 이를 통해 행성간 우주 비행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1969 년 달 착륙 이후 너무 막대하게 늘어난 미국의 우주 개발 예산이 점차 삭감되는 추세로 반전되면서 이와 같은 야심찬 계획은 철퇴를 맞게 된다. 여기에 원자력 로켓의 가장 큰 문제점인 폭발과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결국 미국의 핵 열반응 로켓 계획인 프로젝트 로버 및 네르바 계획은 1972년을 기점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이후 나사는 우주 왕복선 계획을 통해 값비싼 1회용 로켓을 대체하려 했지만 결국 우주 왕복선이 1회용 로켓 보다 더 비싸지는 아이러니 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는 기술적 어려움과 더불어 1970년대에 경제난 및 베트남전 문제로 우주 개발 예산이 삭감된 것과 관련이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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